11시쯤 어영부영 눈을떠서 제일 큰 볼에 씨리얼을 한가득 부어넣고
그 위에 500ml우유를 한 팩을 까서 다 부어버렸다.
커피물을 올리고 씨리얼볼을 끼고 쇼파에 않아 티비를 켰다.
무지방이 없어 냉장고에 있던 whole milk썼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유제품들이 무지방과 그렇지 않은걸로 나뉘었는지...
오히려 우리가 우유라고 부르던 지방이 함류된 우유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건지... 지방 우유?! 흠...
암튼 정말 오랜만에 먹어본 우유의 맛은 눈쌀을 찌푸릴정도로 진했다.
하지만 차가운 우유와 지나칠정도로 바삭한 씨리얼은 언제나 잘어울린다.
비록 씨리얼에 입천장이 다까져 날 엄청 신경쓰이게하지만
혀끝으로 느껴지는 여러겹의 구강표피들의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금도 내 혀끝은 헐거워진 내 입천장을 느끼고있다.
흠...얼얼해......
시간이 지날수록 우유에 불려지고 힘없이 퍼져버리 씨리얼들,
오트밀죽같이 변해버린 씨리얼들은 내 식욕을 떨어뜨렸다.
솔직히 더이상 들어갈 배가 없었던게 맞다.
쇼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눈을 떳을때가 2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던것 같다.
눈을떳을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건 탁자위에 올려놨던 아이스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려고 컵을 들었을때 컵주변에 맺혀있던 물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모금 마시려고 컵을 입술에 대는순간 물줄기는 턱과 턱->목을 타고 흘러 옷까지 적셨다.
컵 속의 얼음은 이미 다 녹고 컵이 놓여있던 자리에도 물이 흔건했다.
평소엔 엄청 거슬리던 것도 게으름 앞에선 관대해졌다. 곧 마르겠지.....
몸을 일으켜서 위, 아래 방향으로 몸을 바꿔눕고 다시 티비를 봤다.
그러다 다시 그냥 어느 순간 잠들었던것 같다.
또 다시 눈을 떠보니 이번엔 5시가 쫌 넘은 시간이었다.
그냥 그렇게 반나절이 갔고 이제서야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먹었던 그릇을 설거지하고 멀쩡한 스토브도 비누질 쑤세미로 닦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고 오늘이 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적지않게 땀도 흘렸다.
몸이 끈적거렸다. 그러면서 또 다시 한번 겨울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번들거리는 심지어 짭짤해보이기까지하는..내 얼굴은 본순간,
나의 불쾌지수는 한계에 달했고 바로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몸에서 열이 난 상태라 샤워기를 틀자마자 나오는 찬듯한 물이 오히려 기분좋았다.
한 한 시간은 화장실에 있었던것같다.
욕조없는 욕실에서 한시간동안 샤워하기란 물부족국가에서 욕퇴바지게 얻어먹기 딱 좋은 짓이다.
샤워하기전 냉동실에 넣어둔 맥주잔을 꺼내 슬라이스 레몬을 으겨놓고
맥주와 사이다를 7:3(?)비율로 섞어서 그 위에 얼려둔 사이다 얼음을 동동뛰어서 서민 샴페인을 만들었다.
역시...비율은 숫자에 불과했다, 나의 절대 눈대중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
어느 정도 즐기고 있을때쯤, 친구 L양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그 순간만큼은 나에겐 정말 엄청난 고민이자 시험이었다.
결국 받고는 몸이 않좋다고 둘러대고 말았다.
변명을 한다면 공식적으로는 난 이번 프로젝트를 마치느라 너무 피곤했고(사실상 아직 마무리 단계지만)
사실상은 그냥 이 순간을 깨고 싶지않았다!
오늘 나의 하루는 먹고->티비->잠->티비->잠->...Looping. 그렇게 하루가 가고있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은 전보다 더 무겁고 머리속은 이보다 더 하얄수 없다.
누군가의 하루도 나와 같을까?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그냥....
그런 날이 있잖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무언가 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 날.
신체과 뇌의 기능이 10%도 채 재기능을 못하는 그런 상태.
회사에 무단결근을 하는면서 그것의 심각성을 알지만
그것의 필요성을 못 느낄만큼 온몸의 감각이 무뎌진 상태.
나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